병역身檢 신장질환자 급증… 신종 면제수단으로 악용 가능성

  • 입력 2004년 9월 8일 18시 29분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 등 130여명이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것처럼 속여 병역을 면제받거나 면제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징병검사 대상자 중 신장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징병검사 대상자가 감소하는 데다 척추질환 등 다른 질병은 환자의 수에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신장질환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은 이 질병이 신종 병역면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결과 신장질환 조작을 통해 병역면제를 도와 준 것으로 드러난 우모(38) 김모씨(29) 외에 또 다른 브로커들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8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2001∼2004년 병무청의 ‘신장질환 징병 신체등위 판정현황’과 징병검사백서에 따르면 신장질환으로 검사를 받은 징병 대상자는 2001년 991명에서 2002년 2648명으로 2.7배가량 늘어났다.

또 지난해는 2297명이었으며, 올해는 8월까지만도 1687명이 신장질환 수검대상자로 파악됐다.

반면 다른 질병의 경우는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징병검사백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중점관리대상 질환인 간염의 경우 수검자가 2002년 1만3758명에서 2003년 1만1362명으로 줄었고, 허리디스크도 2002년 1794명에서 2003년 1681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징병검사 결과 신장질환으로 신체등급 판정이 보류된 7급 징병대상자는 2001년 415명, 2002년 467명, 2003년 615명, 2004년에는 8월 현재 87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징병검사 대상자는 2001년 39만8000여명, 2002년 36만7000여명, 2003년 32만9000여명, 2004년에는 8월 현재 22만5000여명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신장질환자가 2002년부터 급증해 비리 의혹이 있는데도 병무청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병무청은 현재 신장질환을 비롯해 고의적 신체손상 우려가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문신, 시력장애 등 13개 질환을 중점 관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 관계자는 “2002년에 신장질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2001년까지 현역 대상자의 신장질환 병력통계가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신장질환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대상자는 매년 490명 안팎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병역비리추방시민연합회 이재준 간사는 “병역기피 사범들이 더욱 지능화돼 가는 만큼 시스템 보완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구선수 9명 소환조사

한편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8일 “병무청으로부터 신장질환 면제자에 관한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추가 병역비리가 있었는지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야구선수들의 병역비리에 구단 감독과 코치도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와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4일 구속된 SK 와이번즈의 윤모 선수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김모 2군 감독이 삼성의 오모 선수를 통해 브로커 김씨를 소개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삼성 라이온스 전모 코치도 선수들을 브로커에게 소개해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각 프로야구 구단에 협조를 구해 현대 유니콘스 소속 투수 박모씨(28) 등 병역기피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 9명을 소환조사했으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에 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현대와 두산 베어스 소속의 선수 3명이 최근 구단을 탈퇴하고 잠적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병역을 면제받은 프로야구 선수 20명과 일반인 9명 등 총 29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달 말 중국으로 출국했던 개그맨 신모씨(26)가 최근 귀국함에 따라 신병확보에 나섰다.

신장질환으로 인한 징병 신체등급 판정현황 (단위:원)
연도징병검사인원신장질환수검자 1∼3급4급5급(면제)6급(면제)7급(판정보류)
2001398,653991

8246925415
2002367,0242648154714446525467
2003329,6262297107114344325615
2004, 8월225,32016875098220810878
자료:병무청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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