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학번 梨大生 김혜숙씨 “50년만에 졸업해요”

  • 입력 2004년 8월 18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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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김혜숙씨(왼쪽)와 ‘캠퍼스 단짝’ 외손녀 최서윤씨. -사진제공 이화여대
50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된 김혜숙씨(왼쪽)와 ‘캠퍼스 단짝’ 외손녀 최서윤씨. -사진제공 이화여대
이화여대의 금혼(禁婚) 학칙 탓에 학업을 중단했던 ‘할머니 이대생’이 50년 만에 학사모를 쓴다.

주인공은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54학번인 김혜숙씨(70). 지난해 금혼학칙이 폐지된 뒤 올봄에 재입학한 김씨는 27일 2004년도 후기 학위식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김씨는 대학시절 학과 대표로 ‘메이퀸’ 행사에도 나가고, 의상발표회에서 학생대표로 졸업작품을 출품하는 등 활발하고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다 4학년 1학기, 집안에서 결혼을 서두르는 바람에 졸업학점을 다 취득하고도 학교를 떠나야 했다.

김씨는 “공부를 마치지 못한 아쉬움이 내내 남아 한때 전공을 살려 복장학원에 다니기도 했다”며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게 돼 참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가 뒤늦은 대학생활을 마칠 수 있게 된 데는 그의 재입학을 격려해 준 남편 김형배씨(74)와 외손녀 최서윤씨(22·이화여대 섬유예술 3년)의 도움이 컸다.

특히 외손녀 최씨는 인터넷 수강신청, 휴대전화 문화, 컴퓨터 작업을 통해 제출해야 하는 숙제 등 50년 만의 대학생활이 쉽지 않은 김씨에게 ‘해결사’이자 든든한 캠퍼스 단짝이 돼 주었다.

김씨는 “서윤이가 수강신청 및 학사일정도 꼼꼼하게 챙겨주고 수업이 끝날 때를 기다려 점심시간도 같이 보내곤 했다”며 웃었다.

최씨는 “고희(古稀)에도 학교를 다시 찾은 할머니가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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