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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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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과 졸업반 시절인 지난해 수많은 기업에 입사원서를 넣었다가 ‘퇴짜’를 맞자 현 상태로는 취업이 힘들다고 보고 아예 진로를 바꾼 것.
“평균 학점이 4.3 만점에 4점 정도 되고 토익(TOEIC) 성적도 좋았지만 저를 받아주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앞으로 일자리가 생길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 같아 편입을 결심했죠.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편입시험 경쟁률이 200 대 1을 넘었습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각종 보조금이나 세제(稅制) 혜택 제도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전체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취업을 못해 편입을 하거나 대학원 등에 진학한 청년층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 아니라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통계청이 20일 내놓은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2%로 5월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도 76만3000명으로 전월보다 2만5000명 감소했다.
하지만 청년층(만15∼29세)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갑절을 넘는 7.8%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증가했고, 실업자는 38만7000명으로 2000명 늘어났다.
특히 전체 실업자 가운데 청년층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50.7%로 실업자 2명 중 1명이 ‘청년 백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올해 2월(51.1%) 이후 4개월 만이다.
이처럼 청년층 실업자가 늘어난 것은 대학 재학생이 방학을 앞두고 활발한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체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고용의 질은…”=청년층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고용 수준이나 조건은 오히려 나빠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중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인 상용근로자는 760만6000명으로 전월(760만명)보다 0.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임시근로자(522만7000명)와 일용근로자(222만5000명)는 각각 1.16%와 2.3%씩 늘어나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컸다.
취업시간대별로도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26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 늘어났지만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31만1000명으로 19.6%나 증가했다.
학교 졸업이나 중퇴 후 얻은 첫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간도 평균 21개월로 지난해나 2002년의 평균 23개월보다 2개월 짧아지는 등 고용 안정성도 악화됐다.
▽청년실업이 경기침체 심화로 이어질 수도=소비성향이 강한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 곧바로 내수위축과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소비를 줄이면 내수 회복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기업 투자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고용이 줄고 다시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저조한 데다 높은 대학 진학률로 쏟아져 나온 대졸자들이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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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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