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입양 가정을 위한 간담회…윤석화씨 등 450명 참석

  • 입력 2004년 5월 21일 19시 05분


21일 오후 경기 이천시 알로에마임연수원에서 열린 ‘국내입양 가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입양 가족들이 작은 운동회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천=권주훈기자
21일 오후 경기 이천시 알로에마임연수원에서 열린 ‘국내입양 가정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입양 가족들이 작은 운동회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천=권주훈기자
이모씨(23)는 태어난 지 20일 만에 딸만 둘인 가정에 입양됐다. 이씨의 양부는 그가 다섯살이 됐을 때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러나 양모는 홀로 3남매를 키웠다. 이씨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께 늘 감사했다.

그러나 커가면서 다른 가족과 너무 다른 외모 때문에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그는 3년 전 어머니로부터 입양사실을 듣게 됐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생모에 대한 궁금증을 견딜 수 없어 올해 1월 자신의 입양을 주선했던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

그는 복지회를 통해 생모가 출산 당시 18세의 미혼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모의 주거지도 확인됐지만 만나 볼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키워준 양모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다른 입양가정 앞에서 털어놓았다.

21일 오후 동방사회복지회 주최로 경기 이천시 알로에마임 연수원에서 열린 ‘국내입양 가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그는 입양 경험담의 발표자로 나섰다.

이씨는 “뒤늦게 입양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부모의 사랑을 체험했다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사랑을 베풀어 준 어머니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자리에는 입양가족 4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동방사회복지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연극배우 윤석화씨(43)도 참석했다. 윤씨는 지난해 3월 한 방송사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위탁모 체험을 한 뒤 생후 2개월 된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윤씨는 “많은 사람이 우리 아이가 입양된 사실을 알고 있다”며 “나중에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돼 매달 편지를 쓰고 있는데 나중에 커서 이 편지를 읽으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동방사회복지회 김태옥 후원사업부장은 “입양을 숨기려는 풍토 때문에 상당수 입양가정이 고민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매년 1600여 가정이 입양을 하고 있다.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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