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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1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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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게 되자 전국 시도교육감은 2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감 협의회를 열어 0교시 수업과 오후 7시 이후 보충수업은 금지하고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은 지양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데다 보충수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없어 이 같은 방침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2교시’까지 생겼다=C고교 최모 교감(47)은 “EBS 방송을 학교에서 보게 해달라는 학부모의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며 “이 부근에서 ―1교시를 하지 않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인터넷신문인 ‘1318바이러스’의 강제보충수업신고센터에는 최근 보충수업에 대한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신고센터를 담당하는 구정인씨(33)는 “17일 신고센터를 개장하자마자 수도권에서만 10여곳의 학교가 ―1교시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경기 수원시의 K고교는 오전 6시20분에 시작하는 ‘―2교시’가 생겼을 정도. 이 학교 천모 교사(42)는 “인근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아침수업을 시작해 이젠 서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박범희 교육자치위원장은 “특히 수도권 신도시와 광역시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저녁 보충수업도 병행하는 학교가 많아 마치 별을 보며 등하교하던 90년대 초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오락가락=이렇듯 ―1교시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교육인적자원부는 0교시 수업과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 등을 엄금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시도교육청은 이를 ‘지양’은 하지만 각 학교의 재량권을 인정하겠다는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금지’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시도마다 편차가 크다.
서울 D고교의 우모 교사(46)는 “학부모들이 보충수업을 적극 원하는데 위에서 막는다고 안 할 학교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관련 공무원들의 무사안일도 문제.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EBS 방송 때문에 학교수업이 빨라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정진곤 교수(교육학)는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들만 모아 자율학습이나 보충학습을 할 때 교육 효과도 배가될 수 있다”면서 “원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강제로 학교에 붙잡아두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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