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 24시/자동차 부품생산 경신공업

  • 입력 2004년 1월 14일 0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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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제가 이제 정년입니다. 아이들 다 가르치고 며느리도 보니 평생 한 직장에서 일 한 보람을 느낍니다.”(직원)

“그동안 회사를 잘 이끌어 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년까지 일하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아요.”(사장)

인천 서구 가좌동 경신공업의 김현숙 사장(67)이 최근 경북 경주시에 있는 공장에서 직원들과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업체로 자동차의 신경 역할을 하는 주배선 등을 생산하고 있다.

김 사장이 기업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원과의 대화. 따라서 그는 점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아 생산직 직원들과 자주 대화한다. 임원과 팀장, 현장직원 등으로 나눠 식사를 하면서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도 종종 갖는다.

“제조업체 사장이 직원과 대화하지 않거나 현장을 등지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리 없죠. 그래서 틈만 나면 직원과 소주도 마시고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찾아요.”

김 사장은 1974년 회사를 설립한 남편이 건강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의 사훈은 ‘도전과 개척’. 직원들은 “사훈과 사장의 성격이 똑 같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도 긍정적인 사고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그를 여사장 대신 존경하는 파트너로 생각한다.

그는 직원 1000여명을 이끄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지만 가정으로 돌아가면 누구보다 자상한 어머니가 된다.

그는 “집에서는 회사 일을 모두 잊고 반대로 회사에서는 가정 일을 떠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 주배선 분야에서 국내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경신공업은 경북 경주시와 경기 화성시에 공장을, 충남 아산시에 기술연구소를 각각 두고 있다. 1997년 인도에 합작회사를, 2002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공장을 각각 설립했다.

그는 특유의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노사협상을 이끌어 왔지만 매년 노사협상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역의 날에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경신공업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3% 늘어난 2700억원으로 잡았다.

이 회사는 인천 송도신도시 테크노파크에 내년까지 새로운 본사와 연구소를 지어 ‘제2의 창업’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여성경제인협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김 사장은 소년소녀가장과 실직자, 장애인 등을 돕는 ‘사랑의 친구들’이란 단체를 후원을 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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