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장염 때아닌 기승…날씨 따뜻해 바이러스 왕성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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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와 고열 증세를 보이며 초겨울에 주로 유행하는 소아 장염이 한겨울인 요즘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일 본보 취재팀이 서울 경기지역의 대학병원과 동네 소아과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어린이 환자의 30∼70%가 장염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과 외래의 경우 전체의 70%가 장염 환자다.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소아 장염 환자도 평소 매일 1명에서 최근 3, 4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 소아과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의 35%가 장염 환자일 정도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의 경우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할 때 장염 어린이 환자가 30% 이상 늘었다. 외래로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장염 환자다. 경기 안양시 평촌의 한림대 성심병원과 서울 강동성심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규모가 작은 동네 소아과에도 비교적 증세가 가벼운 장염 환자가 많이 찾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하정훈소아과의 경우 환자의 30% 정도가 장염 때문에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소아 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의 활동이 왕성해졌기 때문으로 감염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로 인해 감기환자가 늘어나면서 장염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는 것. 장염 환자 중엔 호흡기 질환이 겹치면서 폐렴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많다.

또 연말 연초 술자리가 잦은 어른들이 귀가한 뒤 제대로 씻지 않아 아이에게 병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는 것.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과 유기환 교수는 “로타바이러스는 보통 어른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어른이 질병을 아이들에게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어른이 귀가한 뒤 손을 철저히 씻고 가급적 사람이 많은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소아 장염은 5세 이하의 아이가 잘 걸리며 설사와 구토, 복통, 고열, 탈수 등의 증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38도 이상 열이 올라가고 토하다가 1, 2일이 지나면 하루 3, 4회 묽은 설사를 한다.

주로 대변에 오염된 음료수나 음식에 의해 전염된다. 전염력이 강한 편이며 잠복기는 1∼3일로 매우 짧다. 탈수를 피하려면 보리차를 자주 먹고 요구르트나 탄산음료를 피하는 게 좋다.

탈수 증세가 심하면 급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전해질보충액을 먹이지만 증세가 심할 경우 보통 5일 정도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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