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복사골신문’ 주부 명예기자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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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현장을 누비며 취재해 쓴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시민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경기 부천시가 1999년 3월부터 매달 두 차례 발간해 시민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시정(市政)소식지 ‘복사골신문’의 명예기자로 활동하는 주부 30명은 이 지역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학부모모임 등에서 만난 주부는 물론 재래시장 상인, 환경미화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역정보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지를 발간하는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동사무소 등의 추천을 받아 모니터요원이나 명예기자를 임명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매년 11월 엄격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시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모집공고를 낸 뒤 서류전형을 통과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명예기자를 지원한 이유와 포부 등을 물어 합격자를 가린다.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경쟁률은 치열하다. 11월 명예기자 9명을 새로 선발할 때는 6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7대 1이나 됐다.

명예기자가 되면 세미나를 통해 취재요령과 기사작성법 등을 배운 뒤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소식지 발간에 앞서 1, 2차례 갖는 편집회의에서 저마다 취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지면에 실릴 주요 기사를 결정한다.

이들이 단순하게 시정소식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 때문에 모범적인 교육현장과 소외된 이웃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시민 등 미담사례를 찾아 소개하기도 한다.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분위기도 뒤숭숭해서 그런지 요즘 선행을 베푸는 이웃을 찾아내 소개하면 반응이 좋아요.”

부천시의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거나 개선을 요구하는 기사도 쓴다.

최근 원미구 중동에 있는 중앙공원에 환경친화적인 시설물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게재되자 시는 이곳에 지압보도와 어린이놀이터, 토끼장 등을 설치했다. 지금까지 기사를 통해 20건 이상의 행정 개선을 유도했다.

시가 개최하는 각종 문화행사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모니터하는 것도 주로 이들의 몫이다.

명예기자 모임의 임창선 회장(44)은 “기사를 쓰다 보니 저절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긴다”며 “시민의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얘깃거리가 있는 곳은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 3월부터 부천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천인’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사이버공간에서도 활동할 계획이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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