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극한투쟁밖에 길이 없나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13분


노동조합 간부들의 자살과 분신이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동운동이 탄압받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도 아닌데 인간 최고의 가치인 생명을 버리는 극한적인 투쟁까지 벌어져야 하는가. 노동자들의 자살과 분신 앞에서 노사정(勞使政)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진중공업, 세원테크의 노조위원장이 자살하고 분신한 것은 급여 가압류, 수배와 도피생활에 따른 생활고와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이 됐다. 그러나 그 근원을 따져 보면 노사간 상호불신,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비타협적 노사문화, 대화가 단절된 극한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불법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회사가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조합비와 임금을 가압류하는 것은 정당한 자구(自救)수단이며 무분별한 파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노조원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대회 도중 분신한 비정규직 노조지부장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도 정규직 노조원의 고임금과 강성 투쟁이 주요 원인이다. 오늘의 노동문제는 이렇듯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 주기 어렵다. 물론 경제가 어렵고 투자자들이 강성 노조를 기피한다고 해서 노동운동을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루 8시간 노동, 유급 휴가, 시간외 수당, 최저임금제, 직업의 안전과 건강보호 등은 선진산업국가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얻어낸 소득이다.

노조의 근본 목적은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복지를 개선해 좀 더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것이다. 자살과 분신의 극단적인 투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극한적인 ‘동투(冬鬪)’로 연결하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극한투쟁과 수배, 급여 가압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쳇바퀴 돌리기를 언제까지 계속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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