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반경 대전 서구 월평동 W아파트에서 김모 할머니(72·장애 2급)와 손자 구모씨(27·무직·장애 3급)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신음 중인 것을 옆집에 사는 지모씨(66·여)가 발견해 119 응급구조대에 신고했다.
김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구씨는 건양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당시 방안에는 수면제 봉투 수십개와 구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4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오늘 난 간다 저 멀리. 난 세상에 태어나서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제발 손 내미는 그 아픔을 알아주세요.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도와주세요’라며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세히 적혀 있었다.
중풍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던 김 할머니는 선천적 정신지체장애 3급인 손자 구씨와 이 아파트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연금(월 20만원)을 받으며 생활해왔다.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은 “숨진 김 할머니는 아들의 사업 실패로 불가피하게 손자와 살아왔다”면서 “구씨도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취직을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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