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학부모대상 1년과정 교양강좌 인기

  • 입력 2003년 5월 21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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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학모 대학’을 설치해 1년동안 다양한 공부를 하거나 정기적인 취미 활동을 하면서 자녀의 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것.

대구시 남구 대명2동 경상중(교장 김소원·金召元)은 지난해부터 교실 한 칸을 아예 ‘학모(學母)교육대학’으로 개조했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는 어머니 40명은 4월 10일 입학한 뒤 매주 목요일 교실에 모여 다양한 공부를 한다.

1년 동안 학모들은 교육학과 상담학 60시간, 교양 40시간 등 모두 152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공부를 마치면 자녀교육에 관한 졸업논문을 제출해야 ‘사각모’를 쓸 수 있다.

지난해는 40명이 입학해 전출한 4명을 뺀 36명이 졸업했다. 이 가운데 22명이 개근하는 열성을 보였다. 올해 경우 지원자가 65명에 달해 25명이 탈락하기도 했다.

빡빡한 공부과정인데도 학모들의 참여가 높은 이유는 알차게 꾸민 교육과정 때문. 정병표 교감과 황경희 교사가 ‘자녀의 학습지도’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의 조화’ ‘지능지수와 성적’ 등 학습과 인성에 관한 부분을 맡고 외부강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들려준다.

외부강사는 교육전문직 대학교수 신문기자 경찰서장 의사 구청장 등 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한다.

무엇보다 학모들의 반응이 좋고 기대도 크다. 2기 대학 학생대표를 맡은 여미자(呂美子·43)씨는 “한 달 동안 과정에 참여해보니 그동안 다소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녀 교육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는 것 같다”며 “자녀교육 전문가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1년 과정을 충실히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교와 학부모가 신뢰를 쌓아야 자녀교육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프로그램을 계속 보완해 학모교육대학이 우리학교의 전통으로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광평동 금오고(교장 김호열·金鎬烈)의 학모 30여명은 2년째 학교에서 기공과 한지공예강좌를 배우고 있다. 자녀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학모들은 다른 교실에서 또다른 공부를 하고 있는 것. 학교는 학모들의 공부를 위해 빈 공간을 학부모 아카데미실로 개조했다.

기공이나 공예강좌는 학교 밖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학모들이 학교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얻는 성과는 자녀교육을 더 가까이 느끼며 교직원들과 교감하는 점이다. 기공은 교장선생님이 직접 학부모들과 함께 수련하고 있다.

3학년 나들이양의 어머니 유경애(劉京愛·38·구미시 형곡동)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인데도 그동안 학교에 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학부모아카데미를 통해 이같은 어색함이 사라졌다”며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학부모아카데미 운영으로 학교와 학부모의 거리가 좁아진 것이 중요한 성과”라며 “학부모들이 평소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불만이나 건의사항도 자연스럽게 나와 학교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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