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애주교수 '한춤 승무전수원' 3일 오픈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22분


무형문화재 27호 승무 보유자인 이애주(李愛珠·56·사진) 서울대 교수가 ‘춤 살림방’을 차린다. 그의 사랑방 겸 연습실인 ‘춤 살림방’의 정식 명칭은 ‘한춤 승무전수원’.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 들어선다.

이 공간은 이 교수가 꿈꾸는 ‘마음껏 춤출 수 있는 전수 공간’의 첫발을 내디디는 곳이다. 여기서 제자들을 기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통춤도 보급할 예정이다. ‘한춤’이라는 명칭은 ‘한민족’, ‘한맥’ 등 한국을 상징하는 단어 ‘한’에서 따왔다.

“언젠가는 하루 종일 우리 춤을 추고 우리 예술을 이야기할만한 공간을 갖고 싶어요. 그 곳에서 승무를 전수해야죠. 하지만 그 전에 보통사람들도 우리 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만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을 여는 3일에는 그동안 그에게 도움을 주었던 인사들과 함께 ‘잔치’도 벌일 예정이다. 지인들과 뜻있는 인사 200여명이 그를 위한 후원회를 만들었다.

그는 “이만한 공간을 갖도록 후원해준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교수는 승무 보유자라는 면모보다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장에서 ‘시국춤’을 추며 민주화운동의 불을 지폈던 인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얼마 전 열렸던 ‘반전평화 비상국민회의’에서도 ‘반전 평화’를 상징하는 즉석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미지와 ‘전통춤의 대중화’란 주제는 언뜻 어울리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억울한 원혼을 달래는 ‘한풀이 춤’을 많이 선보인 데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장이라는 직책도 있고 해서 많은 사람이 나에 대해 강한 면만 보는 것 같다”며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전통춤을 연구하고, 정리하고, 가르치는 본분에 늘 충실해왔다”고 말했다. ‘시국춤’이나 ‘반전 평화춤’에 대해 그는 “당시나 지금이나 인간의 도리에서 벗어난 일을 두고 볼 수 없었을 뿐”이라며 “가장 존엄한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늘 남보다 앞장서 행동하는 그이지만 잊혀져가는 전통을 보듬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그는 전통은 곧 진보와 통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전통춤에는 역사가 숨어있고 그 역사를 통해 진보를 거듭해왔다는 것.

그는 “우리 조상에게는 춤과 노래로 심신을 단련하는 ‘영가무도(詠歌舞蹈)’라는 방법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가무도란 작은 소리에서 점점 큰 소리로, 작은 몸짓에서 큰 몸짓으로, 일정한 호흡을 곁들여 노래하고 춤추며 몸을 움직이는 방법. 그는 전통춤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이 방법을 일반인에게도 보급할 생각이다.

“우리 문화가 사대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요. ‘외국에서 유명한 누가 공연한다’고 하면 솔깃해하죠.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예술을 알고 세계에 알려야 할 때라고 봅니다.”

고유의 춤으로 우리의 중심을 잡고 몸짓으로 우리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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