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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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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특검팀에 소환된 정철조(鄭哲朝·현 대우증권 회장) 당시 산은 부총재는 조사 직후 기자들에게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해 “이근영(李瑾榮) 당시 산은 총재로부터 한광옥(韓光玉)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전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 전 부총재는 또 “당시엔 현대 상황이 안 좋아 (이 총재가 한 비서실장과) 수시로 통화를 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엄낙용(嚴洛鎔) 전 총재가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은 한광옥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이근영 당시 산은 총재에게 강력히 지시한 데 따른 것”이라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이에 따라 이근영, 엄낙용 전 산은 총재와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부총재 등 현대상선 대출 의혹에 연루된 산은 임원들에 대한 특검팀 소환일정이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당시 이미 자기자본의 31%가량을 대출받은 현대 계열사에 추가로 4000억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이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에 대해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산은법상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위반한 것.
특검팀은 이 과정에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이 전 총재와 박 전 부총재가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이 드러나면 형사처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또 이날 현대그룹 담당 임원이었던 오규원(吳圭元·현 동부전자 부사장) 전 산은 이사를 소환, “2000년 9월 김충식(金忠植·미국체류) 전 현대상선 사장을 만나 4000억원을 갚으라고 요구했을 때 김 전 사장이 ‘그 돈은 우리도 만져보지 못했으니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편 특검팀은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던 김충식씨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김씨 측근을 통해 자진귀국을 유도하는 등 조사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지난 주말 산은으로부터 현대상선 대출관련 전표와 당좌대월 관련 자료 등을 넘겨받아 일부 서류에 김 전 사장의 서명이 위조됐다는 의혹 등에 대해 진위를 규명 중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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