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수사 결과]稅風진상 여전히 안개속

  • 입력 2003년 4월 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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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稅風) 사건’에 대한 8일 수사 결과 중간발표에서 검찰은 핵심 의혹인 불법 모금의 배후나 추가 발견된 70억원의 조성 경위에 대한 ‘결론’을 여전히 내놓지 못했다.

특히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12월 초 임채주(林采柱) 전 국세청장에게 격려 전화를 한 경위에 대한 수사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수사발표 의문점〓검찰은 이 전 총재로부터 격려 전화를 받았다는 임 전 청장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 전 총재가 왜 전화를 했는지, 당시 불법 모금 사실을 알았는지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검찰의 설명은 이 전 총재를 조사하려면 불법 모금을 주도한 이 전 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하는데, 이들이 소환에 불응해 이 전 총재를 조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임 전 청장이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과 함께 불법 모금을 진행 중이던 때에 이 전 총재가 “수고한다”며 전화를 걸었다면 불법 모금을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그러나 임 전 청장 진술의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서면조사나 전화조사마저 벌이지 않았다. 게다가 임 전 청장도 격려 전화를 받은 경위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검찰이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는 것.

김태원(金兌原)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이 97년 11∼12월 회성씨에게서 받았다는 현금 40억원과 서상목(徐相穆) 전 의원이 차명관리한 30억원의 조성에 이 전 차장이 관여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역시 핵심 관련자인 회성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서 전 의원의 진술도 일관성이 없어 실체 규명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불법 모금의 배후와 추가 자금 조성 경위 등을 밝히기 위해서는 회성씨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97년 당시 이 전 총재의 대선 사조직이던 부국팀에서 ‘국세청과 안기부를 동원해 대선자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 확인을 위해 부국팀장 이모씨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검찰은 그러나 참고인인 이들을 강제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 따라서 회성씨 등이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세풍의 진상 규명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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