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故박수선교수 유산 4억 유가족이 숙대에 기증

  • 입력 2003년 1월 9일 18시 25분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학문연구에 몰두한 한 여교수의 유가족이 고인의 뜻을 기려 상속재산 전액을 학교에 기탁했다.

숙명여대는 9일 이 학교 약학과 교수를 지낸 고 박수선(朴秀善·82)씨의 유가족 19명이 장학금과 발전기금 4억원을 학교에 기탁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조카인 유가족 대표 박성훈(朴星勳·51·중소기업 운영)씨는 “비록 유서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평생 학교를 사랑한 고인의 뜻을 기려 상속재산을 기탁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탁금은 장학금으로 3억원, 발전기금으로 1억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경남 고성군 출신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마친 뒤 1953년 숙명여대 약학과 창설과 함께 교수로 부임해 85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32년간 약학대학장, 부총장 서리 등을 지냈다. 퇴직 후에는 학술원 회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초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4월14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박 교수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제자 사랑은 아직도 이 대학 약학과 졸업생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호랑이선생님’으로 불릴 정도로 엄한 스승이었지만 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사비를 아끼지 않았다. 일요일에도 6시간에 걸쳐 연속강의를 하며 열정을 쏟아 진정한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박 교수는 또 아버지에게서 검소한 생활을 배워 교수시절 한결같이 단벌 감색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다니며 부족한 연구비를 아끼려 연구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숙식하기도 했다.

박 교수의 제자인 이 대학 약학과 김안근(金安根·여) 교수는 “고인은 정년퇴임식 때 제자들이 마련한 성금을 다시 장학금으로 기탁할 정도로 학교 사랑이 지극했다”며 “가까이서 모시면 단점이 보이기 마련인데 박 교수님은 보면 볼수록 더 존경스러워지는 ‘참스승’이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기탁금으로 ‘박수선 교수 장학금’을 설립하고 고인의 이름을 딴 강의실을 마련해 뜻을 기리기로 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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