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유방’ 항소심 의미]배상금 韓-美차별 깼다

  • 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24분


다우코닝사의 유방 확대용 불량 실리콘 사용자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의 이번 항소심 판결의 핵심은 국내 피해자가 미국 피해자 배상액의 35%밖에 받지 못한다는 ‘차별적인’ 1심 판결을 깨뜨린 데 있다.

또 유방확대 수술 피해자뿐 아니라 얼굴 등 다른 신체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까지 배상 범위가 확대된 점에도 의미가 있다.

국내 피해자 1200여명의 소송을 대리한 김연호(金然浩)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국내 피해자가 불량 실리콘 제거 비용을 당초 1500달러에서 3000달러로 늘려 받게 됐다”고 말했다.

유방에 병이 생겼지만 불량 실리콘으로 인한 질병인지를 입증하지 못한 경우의 배상액도 700달러에서 1200달러로 늘었다. 또 피해자가 사용한 불량 실리콘이 다우코닝사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도 600달러를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 동북지구 연방파산법원은 99년 11월 “다우코닝사는 유방 확대수술 피해자에게 최고 10만달러∼최저 2000달러를 배상하되 한국인에게는 그 35%만을 지급한다”고 판결했고 김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2000년 3월 항소했다.

당시 국내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배상금 전체 규모는 300만달러 선이었으나 이번에 배상액이 2500만달러로 8배 이상 늘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른 배상액은 한국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해 미국인 피해자 대비 35∼60%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김 변호사는 “앞으로 한국의 1인당 GDP가 미국의 60%에 이를 경우 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어 손해배상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됐다.

또 이번 판결로 지금까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4월18일까지 미 법원에 피해를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배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자료는 시술 의사가 제공한 다우코닝사 제품 확인서나 다우코닝사 제품 상표이며 질병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피해 항목 및 피해 정도를 입증하는 병원의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다우코닝사는 세계적 화학제조업체인 다우케미컬과 코닝이 합작설립한 회사로 여성 유방확대용 실리콘을 제조하는 세계적인 기업. 그러나 90년대 이후 경영악화와 함께 수술 부작용에 시달리던 여성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95년 채권자들의 채권회수 소동이 빚어졌다. 그후 이 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합의하면서 연방파산법에 따른 파산보호를 함께 신청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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