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이에게 '공부…공부…' 안할래요"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17분


“자녀교육이 참 어렵네요.”

12일 오후 대구시 남구 대명2동 경상중학교(교장 김소원·金昭元) 학모(學母)교육대학 전용교실. 중학생을 둔 어머니 40명이 사각모를 쓰고 독특한 졸업식을 열었다.

이날은 경상중이 지난 4월부터 30주 동안 마련한 ‘제1기 학모교육대학’의 졸업식. 중학교에 어머니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1년 동안 열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학모들은 152시간 동안 60여가지 강좌를 통해 자녀교육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3시간동안 진행된 수업에는 학교측의 전담교사를 포함해 대구시교육감 경찰서장 신문기자 대학교수 중·고교 교장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강사로 초청됐다.

학사관리도 비교적 엄격하다. 수업일수의 90% 이상 출석하고 졸업논문도 통과해야 비로소 졸업을 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도 작성해 영구보관한다.

졸업식장에 모인 학모들은 쉽지 않은 과정을 마쳤다는 자랑스런 표정이 넘쳤다. 너무나도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대표를 맡았던 김영화(金寧花·43·대명1동)씨는 “무엇보다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 게 달라진 점”이라며 “자녀교육을 바르게 하려면 학교와 가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학생 딸과 초등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성희(金聖熙·40·대명7동)씨는 “교육에 대해 막연하게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에게 부담만 주기 쉽다”며 “빡빡한 과정이었지만 자녀교육에 대해 부모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 학교가 교내에 학모대학을 개설한 까닭은 자녀교육에는 누구보다도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학습과 인성교육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모학생들의 인기를 모았던 정병표(鄭秉杓) 교감은 “진지하게 교육에 참가해준 학모들이 고맙다”며 “어머니들이 공부하는 모습은 재학생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경상중학교는 내년에도 학모교육대학을 운영해 학교의 새로운 전통으로 가꿀 예정이다. 김소원 교장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가정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며 “학교와 가정을 연결하는 가교(架橋)역할을 톡톡히 해낸 학모교육대학이 다른 학교에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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