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SOFA교육' 옳지 않다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8시 34분


전교조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성과 미군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의 경과를 학생들에게 알리는 ‘훈화 수업’을 하기로 한 것은 특히 학부모들에게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과거 교육현장에서 있었던 ‘의식화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피해의식은 일단 접어두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이처럼 논쟁적이며 ‘현재 진행형’인 사안을 꼭 교육현장에서 수업의 주제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한 발 양보해 교사들 재량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수업방식은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전교조측은 다음 주 조회나 종례, 수업시간의 일부를 이용해 훈화수업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 설명대로 이 수업이 우리 사회의 해결과제를 학생들이 제대로 알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한쪽의 설득이나 주입식이 아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토론되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전교조는 그동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주로 사회운동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왔다. 따라서 지금대로라면 이처럼 예민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수업이 얼마나 객관성을 유지하고 선입견이 배제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수업 대상에는 고등학생과 중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포함되어 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 이 협정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또 이런 내용을 꼭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된다. 학부모 중에는 자기 아이들이 이런 수업을 받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들의 선택권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

훨씬 큰 틀에서 걱정스러운 것은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증오와 분노를 배울 것이다. 화합과 공존을 가르쳐야 할 교육이 거꾸로 증오를 가르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은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들의 토론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전교조의 훈화수업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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