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신이 대우에 편법지원했던 돈 “預保서 6030억 환급” 판결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02분


대한투자신탁증권(구 대한투자신탁)이 99년 나라종금을 통해 탈법적인 여신기법을 이용해 대우그룹을 지원하다가 나라종금의 파산으로 돌려받지 못하게 됐던 원리금 6030억여원을 당시 보증을 섰던 예금보험공사가 보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김문석·金紋奭 부장판사)는 16일 대투증권의 자금을 맡아 운용한 중소기업은행과 서울은행이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금 5390억원과 지연이자 640억여원 등 모두 603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다른 3개 금융기관이 같은 취지로 낸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도 원고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져 낭비될 공적자금의 총규모는 원리금을 포함해 모두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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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적자금 1조 이상 추가손실 불가피

그러나 법조계 및 금융계 일각에서는 부실 경영과 탈법 여신관행으로 국가에 부담을 초래한 악의적인 금융기관까지 보호해주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재판부가 형식 법논리에만 치우쳐 국민 혈세로 조달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에 눈감은 것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대투증권의 지시에 따라 나라종금의 자기발행어음(자금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어음)을 매입하고 나라종금은 여기서 들어온 자금으로 대우채를 매입해 대우에 자금 지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99년 당시 예금자보호법은 외환위기 직후 어려웠던 경제 사정을 감안해 금융기관 사이의 어음거래도 예금보험 대상으로 규정했던 만큼 피고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대투증권에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대투증권의 부실경영과 대우그룹에 대한 탈법 지원으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조달한 공적자금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것은 예상되지만 사회 경제적 필요에 의해 보호 범위를 확대시켰던 만큼 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투증권의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은 99년 3월 여신한도 제한을 피해 나라종금을 이용, 대우그룹에 8200억원 상당의 추가 자금을 지원해오다 2000년 5월 나라종금이 파산하면서 나라종금 어음 매입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보증을 섰던 예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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