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첫공판, 모르쇠 일관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09분


사진=연합
사진=연합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이 측근인 김성환(金盛煥)씨 등과 함께 2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홍업씨는 위축된 모습이었던 동생 홍걸(弘傑)씨와는 달리 변호사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법정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등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복장도 정장 차림이 아닌 일반 피고인처럼 하늘색 반팔 수의를 그대로 입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홍업씨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해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몰랐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돈을 받은 혐의도 상당부분 부인했다.

홍업씨는 "김성환씨의 소개로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을 만나 친하게 어울린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사업내용에 대해 얘기하거나 이형택(李亨澤) 당시 예금보험공사 전무에게 화의인가 청탁 등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주신문을 맡은 김진태(金鎭太) 대검 중수2과장이 "청탁 민원이 해결된 뒤 전씨, 김성환씨 등과 함께 모여 감사인사와 함께 축배를 들지 않았느냐"며 구체적으로 추궁했지만 "대화내용을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업씨는 "김성환씨 등이 성원건설에서 10억원이나 되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이후 류진걸(柳進杰)씨, 이거성(李巨聖)씨 등과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김 검사는 홍업씨가 매번 답변을 얼버무리며 이른바 '측근 3인방'에게 책임을 떠넘기자 "솔직하게 말하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홍업씨에 앞서 진행된 '측근 3인방'에 대한 공판에서는 세 사람이 받은 돈의 액수 등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며 서로에게 정확한 진술을 미루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거성씨는 "2000년 고향 선배를 통해 김영재(金暎宰) 당시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새한그룹에 대한 회생 가능성을 물어봤으며 '별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홍업씨는 기업 등에서 이권 청탁과 함께 25억8000만원을 받고 현대, 삼성 등 대기업에서 활동비 명목으로 22억원을 받아 세금 5억8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