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포럼]한동환/소양호 흙탕물 대책 세워야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39분


강원도 소양호는 수도권 2000만 주민들의 주요한 용수 공급처 중 하나이고, 아직까지는 1급 청정수를 유지하고 있다. 소양호가 이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강원도 사람들의 뼈를 깎는 고통이 있기에 가능하다. 강원도 사람들은 소양호의 맑은 수질로 인한 이익보다는 피해를 더 보고 있지만, 청정 강원의 유지와 보전의 첨병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청정 1급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강원도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양호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오염물질의 유입은 물론 중앙 및 지방정부 등의 막무가내식 토목공사로 인해 다량의 토사 유출로 발생하는 흙탕물 때문이다.

이 소양호 바로 아래 호반의 도시 춘천이 있다. 춘천이 호반의 도시로 불리는 데는 춘천시내가 의암호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양강댐과 춘천댐, 그리고 의암댐 등 3개의 인공 댐이 있기 때문이다. 춘천을 주로 찾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사람들은 춘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낭만에 흠뻑 젖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한다. 춘천 시민들도 호수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의암호 수변의 수질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해마다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춘천 시민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의암호가 누런 흙탕물로 변한다. 일반적으로 장마 이후에 발생하는 일시적 흙탕물이 아니라 무려 4개월 가량 계속되는 재앙 수준의 현상이다. 지난해에도 4개월 남짓 탁수가 지속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드셌고, 올해는 아직까지 폭우가 쏟아지지 않았지만 삽시간에 벌어질 탁수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흙탕물이 이렇게 장기적으로 흐르게 된 것은 소양강댐의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소양호의 수심이 워낙 깊다 보니 흙탕물 입자들이 소양호 물의 밀도 차이에 의해 바닥으로 빠르게 가라앉지 않고 중간층에 커다란 흙탕물 덩어리를 형성해 떠 있게 된다. 문제는 소양강댐에서 발전기를 돌리는 물을 바로 댐의 중간층에서 뽑아내어 사용하는 데 있다. 때문에 무려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의암호에는 탁수 상태의 물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양호 하류 생태계가 파괴되고, 춘천 시민들은 흙탕물 유입 기간 내내 정수 비용의 증가라는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원도와 춘천시, 시민단체, 환경학자 등은 지난해부터 흙탕물 발생의 심각성을 중앙정부에 제기하며 탁수 발생에 대한 합동 공동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는 소양호의 흙탕물이 중앙정부가 수도권 주민의 먹는 물과 관련해 중점 관리하는 팔당호의 수질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수도권 주민만 우선시하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 때문에 오늘도 강원도민들은 흙탕물로 인한 고통은 물론 비수도권 주민으로의 설움을 깊게 느끼며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 상류가 무너질 때 하류는 건재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한동환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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