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받은 인사는 누구]홍업씨와 혈연-지연…‘로비 조연’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6분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청탁받은 인사들의 역할과 로비 경로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금까지 홍업씨를 중심으로 관련 의혹을 조사했으나 앞으로는 홍업씨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 검찰국세청등국가기관간부들의 역할을 조사한 뒤 홍업씨와 이들의 범죄혐의를최종규명한다는방침이다.

검찰의 집중 수사 대상은 △서울지검을 상대로 한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선처 청탁 등 3건의 검찰수사 개입 의혹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내사 무마 청탁 의혹 △국세청을 통한 특별 세무조사 무마 및 모범납세자 선정 청탁 의혹 △예금보험공사 간부를 통한 부채 탕감 청탁 의혹 등이다.

검찰은 이같은 의혹을 이미 홍업씨의 구속영장에 포함시켰으며 홍업씨가 국가기관 책임자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청탁했다는 진술과 정황 증거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업씨의 청탁을 받은 고위인사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대신해 아태재단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홍업씨의 위상으로 볼 때 최소한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들이 김 대통령 집권 이후 혈연과 지연 등을 배경으로 홍업씨와 유착 관계를 유지하면서 권력 핵심의 로비 창구로서 ‘조연급’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인사들은 홍업씨가 청탁할 당시 핵심 보직을 맡고 있었다.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과 손영래(孫永來) 현 국세청장, 손용문(孫鎔文) 신용보증기금 전무 등이 그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들이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해서 실제로 홍업씨의 청탁을 받았거나 청탁을 해결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하는 등 불법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검찰 관계자도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등 홍업씨 측근들이 청탁을 하지 않고 돈을 받았거나 청탁을 받은 간부들이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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