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못번다" 아내구박 40대 남편 이혼당해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30분


‘맞벌이 부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가는 가운데 “사회생활 능력이 없다”며 아내를 구박해온 남편이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 아내가 양육과 가사 책임을 소홀히 한 채 ‘바깥일’을 하려 한다는 이유로 이혼법정에 서던 과거와는 달라진 세태다.

중학교 교사였던 A씨(42·여)는 90년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는 남편 B씨(43)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돈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B씨는 A씨가 교사직을 포기한 것을 못마땅해하며 “무능하다” “아무 쓸모가 없다”는 등의 모욕을 줬다.

아들과 딸을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도 남편의 구박은 계속됐다. 가정불화가 심화되던 중 B씨는 전세보증금 문제를 트집잡아 주먹까지 휘둘렀다. 98년부터는 생활비와 양육비조차 주지 않았다. 참다 못한 A씨는 2000년 별거 중인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황정규·黃正奎 부장판사)는 17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B씨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A씨를 무시하고 돈 문제를 트집잡아 아내를 구타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계속해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남편이 집안일만 하는 아내를 못마땅해 하며 밖으로 내몰다가 이혼까지 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며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맞벌이를 원하는 남성심리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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