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갈라진 마음 이어준 '돌다리'

  • 입력 2002년 4월 5일 19시 45분


마을 주민과 출향인사, 그리고 자치단체가 '정성'을 모아 마을 사이를 갈라놓았던 도로를 돌다리로 이었다.

경남 남해군은 서면 노구리 주민과 출향인사들이 모은 성금 2000여만원에다 군비를 보태 1억여원으로 노구리 아랫마을과 윗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50m, 폭 5m의 솔정교 (사진)를 완공했다.

노구리 주민에게 솔정교는 단순히 건너다니는 다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남해군의 주봉인 망운산에서 뻗어 내려와 마을을 휘감으며 내달리는 산줄기의 맥(脈) 을 연결했기 때문.

이 곳에 도로가 나면서 산줄기가 끊긴 것은 일제강점기 때. 주민들은 "신작로가 난 이후 마을에서 큰 인물이 나오지 않은다"며 안타까워 했다.

89년에는 이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더 넓게 파헤쳐지자 주민의 시름도 커졌다. 도로 옆에는 조선시대 불교계의 거성 가직대사(嘉直大師)가 심었다고 전해오는 수령 250여년의 소나무가 서 있기도 하다.

마을 주민과 향우들은 다리를 놓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성금을 모아 2000여만원을 만들었다. 예산을 지원키로 한 남해군은 경관을 해치는 콘크리트 보다는 돌다리가 낫다는 여론에 따라 성곽모양의 석교를 쌓았다.

이 교량은 주민이 지나다니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구마을 이장 김태랑(金泰郞·61)씨는 "숙원사업이 해결돼 모두들 반기고 있다"며 "7일 준공식 때는 경로잔치와 주민 체육대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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