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씨 차명계좌 검찰 얼마나 밝힐까

  • 입력 2002년 3월 21일 20시 01분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23일 활동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수사자료를 검찰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金盛煥)씨가 개설한 차명계좌가 향후 검찰 수사의 ‘태풍의 핵’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아태재단 임직원의 퇴직 정산금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는 차명계좌, 10억원대의 또 다른 차명계좌, 서울음악방송사 관계자 명의로 개설된 20억원대의 계좌 등을 실제로 관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 수사만으로는 계좌에 입금된 돈의 출처, 자금 조성 경위, 김홍업씨 및 아태재단과의 거래 관계, 자금 사용처 등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30억원이 넘는 거액이 김성환씨가 개설한 차명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에 김성환씨의 개인 사업이나 금전거래 관계를 중심으로 자금의 출처를 캐는 데 주력했으나 그 흐름이 너무 복잡해 자금 추적을 중단했다.

입금된 돈이 김성환씨의 사업이나 업무와 거의 무관하고 거액의 돈이 여러 단계의 정교한 세탁 과정을 거쳐 검찰 수사 전문가들이 자금을 추적해도 몇 달이 걸릴 것이라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돈을 관리한 주체는 김성환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금융 거래에서 이름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력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김성환씨가 독자적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으나 특검팀 관계자는 “계좌에서 출금된 돈의 규모와 사용처 등을 보면 김성환씨의 개인 비리로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계좌의 자금을 덮고 있는 베일이 완전히 벗겨질 경우 사안에 따라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특검팀에서 공을 넘겨 받은 검찰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길진균기자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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