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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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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이유는 강남에 좋은 학교와 학원이 많아 강남으로 가면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못된다. 강남의 사례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 문제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
왜 지방대를 살려야 할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역설 같지만 서울과 국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방대를 포기할 수는 있어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지방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고 그동안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산업체 유치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방의 여건이 발전했다는 평가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마다 지방 고교 졸업생 43만여명 중 5만명 이상이 서울로 떠나고 특히 우수생들은 지방대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학생 유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5조원의 학비도 지방에서 함께 빠져나간다. 인재와 돈이 모두 떠난 뒤의 지방은 빈 껍데기나 다름 없다.
지방대는 해당 지역의 지식과 정보화의 중심이기 때문에 지방대를 살리지 않고는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교육정책이 최고의 경제정책”이라고 말한 것도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재의 경제적 역할이 얼마나 큰 지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교육열은 외국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문화다. 높은 교육열은 사회 병리현상을 낳기도 하지만 물적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만한 발전의 원동력은 없다.
인재가 서울로 몰리면 창업도 서울에 집중되고 그 일자리를 찾아 인재들이 서울로 다시 몰려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막고 균형있는 국토발전을 이루려면 수도권의 교통문제와 주택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비용의 1%만 투자해도 지방에 명문대를 만들 수 있다.
취업 전쟁에서 지방대생들이 겪는 차별은 허탈한 차원을 넘어 눈물겨울 정도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대를 졸업해도 취업 기회가 보장되는 ‘지방대 육성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면 대학 교육 때문에 지방의 우수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줄어들고 돈도 유출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대와 서울의 문제는 절대 별개가 아니다.
박찬석(경북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