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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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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지원받는 6억원으론 운영이 빠듯해 겨울나기가 걱정이지만 인력과 능력이 부족해 공동모금회가 요구하는 지원 조건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98년 말 설립된 공동모금회는 정부와 각 복지단체가 그동안 해오던 모금활동을 단일 창구화한 모금 전문 민간단체로 매년 각 단체가 제출하는 복지사업계획서를 심사해 다음해 모금액을 배분한다.
이 때문에 그럴듯한 복지사업계획서를 내는 복지시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지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보육원 양로원 등 영세 복지시설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공동모금회 지원금의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원금 배분 실태〓70여명의 불우아동을 돌보는 서울 용산구 영락보린원은 올해 ‘중도 퇴원 위기에 처한 시설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이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공동모금회로부터 4000만원의 내년 지원금을 약속받았다.
다른 사회복지사 2명이 원생을 돌보는데 정신이 없어 사회복지사 신동헌(申東憲·38)씨가 도맡아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신씨는 “5, 6월 두 달간 모든 업무를 포기한 채 하루 6시간 이상 사업계획서 작성에 매달렸다”며 “지난해 심사에서 떨어진 만큼 올해는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하루 3000여명의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서울 D종합사회복지관에선 5월 초 소속 사회복지사 11명이 모여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기획회의를 가졌다.
사업계획서의 주제가 정해지자 해당 분야 전문가인 사회복지사 2명으로 작성팀까지 만들어 계획서를 만들었다. 이 결과 11월 공동모금회 심사를 통과해 내년 지원금으로 1000여만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계획서를 만들 능력이 안 되는 복지시설은 지원조차 못하는 게 현실.
공동모금회 서울지부에 따르면 올해 지원금을 배분받은 사회복지단체 131곳 중 보육원 양로원 등 불우이웃들이 거주하는 생활시설은 28곳에 불과하다. 이들 시설에 지원된 액수도 2억9300만원으로 전체 복지시설 지원금 14억7300만원의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점과 대책〓공동모금회는 매년 7월 각 복지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를 내부 검토를 거쳐 심사한 뒤 11월 최종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문제는 복지시설 간의 차이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데다 지나치게 프로그램 위주로 지원금이 배분된다는 것.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시민들이 성금을 낼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내지만 실제 돈은 지역 종합복지문화시설과 복지관련 시민단체로 배분된다”며 “매년 지원금 심사에서 밀린 영세시설들은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불우 여성 24명을 보살피는 서울 관악구 S복지시설 관계자는 “당장 올 겨울 난방비가 필요한데 돈을 지원받으려면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모금창구를 공동모금회로 단일화해 다른 곳에서 성금을 모으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최재성(崔在成) 교수는 “영세시설의 경우 사업심사보다는 무조건 3년 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모금회 서울지부 정언섭(鄭彦燮) 부장은 “기금의 불균등 배분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영세시설에 대해선 사업계획서를 좀더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