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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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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부도로 채권자와 경찰의 추적을 받아오던 ‘도망자’ 아버지가 희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경찰에 자수한 뒤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줘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실직한 가장인 김동석(金東奭·36)씨가 10시간에 이르는 대수술 끝에 윌슨병 환자인 아들 김용(金龍·11·초등학교 5년)군에게 자신의 간 20%를 이식해줬다.
3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윌슨병은 체내에 흡수된 구리가 배출되지 못한 채 간에 축적돼 그 독성으로 간경화와 뇌이상 등이 생겨 결국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
김씨가 98년 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운영하던 가전제품 대리점을 부도내고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 다닌 지 4년째. 8000만원이 넘는 빚에 부인은 떠났고 남은 두 아이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10월 말 아들이 윌슨병으로 간이식밖에 방법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씨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전해들은 경찰도 김씨에게 출두를 한 달간 연기해줬다.
친구들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며 숨어 지내던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다행히 조직검사 결과도 이식 적합이었다. ‘지방간이 있어 수술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김씨는 한 달 동안 술과 담배를 끊고 체중을 10㎏이나 줄였다.
아들의 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은 위로 편지를 전해줬고 치료비 일부를 도와주겠다는 독지가도 나섰다. 김씨는 “부모로서, 가장으로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이제야 자식을 위해 뭔가 했다는 느낌에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죗값을 치르고 돌아올 땐 용이가 다시 건강해져 좋아하는 태권도를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