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枯木공예 30년 박희양씨

  • 입력 2001년 12월 19일 20시 27분


‘죽은 나무뿌리에 새 생명을…’

나무뿌리를 소재로 한 공예에 30여년을 바쳐온 영동뿌리공예사 대표 박희양(朴喜陽·72)씨. 박씨는 죽은 나무뿌리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는 독특한 창작활동을 반평생 이어온 나무뿌리 공예의 개척자이자 독보적인 존재다.

어린시절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박씨는 30여년전 우연히 구한 나무뿌리를 재미삼아 공예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을 계기로 이 일에 빠져들었다.

박씨는 고사목이나 벌목현장에서 구한 대형 나무뿌리를 톱과 끌 등으로 깎고 파내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시키는데 기간은 보통 10일에서 많게는 한달 이상이 걸린다.

지난해에는 2개월 동안 공을 들여 만든 높이 2.5m의 초대형 작품 새천년의 불꽃 을 부산에서 전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초대형 작품의 경우 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지만 박 씨는 지금까지 나무뿌리 공예를 돈벌이로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구매자를 만나면 턱없이 낮은 가격에 선뜻 내주기가 일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좋은 나무뿌리를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토목공사장이나 벌목이 이뤄지는 수몰지구를 찾아다니고 있다.

박씨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만 드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야 좋은 작품”이라며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들었어도 작가의 예술혼을 불어넣지 않으면 죽은 작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박씨는 최근 구한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고사목 뿌리를 자신의 유작으로 만들어 박물관 등에 기증할 계획이다.

<영동=장기우기자>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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