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신축 특혜 요구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15분


주한 미국 대사관이 대사관 신축 공사를 추진하면서 주차장법을 적용하지 말 것과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주택건설촉진법 대신 간소한 건축법을 적용해 달라는 내용의 특혜를 외교통상부측에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미 대사관측은 2006년 입주를 목표로 업무시설 15층, 공관 숙소 8층, 군인 숙소 4층 등 연건평 5만4000㎡ 규모의 3동(棟)짜리 대사관 건물을 서울 중구 정동 옛 경기여고 자리에 짓기로 하고 ‘교통영향평가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지난달 24일 중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업계획서 상의 주차공간은 주차장법과 서울시 관련 조례 등이 규정한 법정 주차대수의 20%에 불과해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 대사관은 이에 따라 미비한 주차공간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사관측은 또 직원 숙소 등 공동주택을 업무시설로 인정해 줄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건설촉진법을 적용받는 공동주택은 건축허가 절차가 건축법을 적용받는 업무시설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업무시설로 인정받으면 주차면적, 용적률 등에서 혜택을 받게 된다.

최근 중구청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넘겨받은 서울시는 “일반 건물이라면 당연히 통과되지 않겠지만 미 대사관 신축 건물이고 외교부의 협조 요청까지 받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현재 상세 설계 작업을 하고 있으며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초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 대사관측은 “서울시와 협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므로 아직은 무엇이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84년 서울시와 미 대사관측은 95년 7월까지 한미간 양해각서를 통해 대사관 건물을 옛 경기여고 자리로 옮기기로 합의했으나 미국측은 그동안 예산 때문에 이전을 미뤄왔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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