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교내벤처 ‘아이티그린’ 잡동사니서 귀금속 추출

  • 입력 2001년 12월 13일 02시 10분


‘버려진 가전제품에서 귀금속을 추출한다.’

12일 인천 남구 학익동 인하대 이과대학 5동 411호. 대학생들의 실험실로 사용됐던 이 곳에는 현재 폐기처분된 컴퓨터와 전자제품 전자회로기판,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 등이 쌓여 있다.

40평 규모인 이 곳은 올 10월부터 전자부품 등에서 금과 고순도 알루미늄, 팔라디늄 등을 추출할 수 있는 ‘폐기물의 귀금속 회수 및 화학분석법’을 실용화한 공장으로 바뀌었다.

공장설립 등록까지 마친 이 곳의 정식 명칭은 ㈜아이티그린(www.itgreen.co.kr).

직원 한 명이 이날 수십개의 전자회로기판을 책꽃이 형태의 ‘수집통’에 일렬로 세워놓은 뒤 컴퓨터 제어장치를 작동했다. 이어 중금속을 녹이는 화학 물질이 투명한 관을 통해 이동했고, 1시간 가량 지나자 액체 형태의 금 성분만 별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인하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이자 화학과 강사인 박찬일(朴贊一·37)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자문교수 등 임원 3명과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연구인력 7명이 일하고 있다.

인하대 산학협력업체로 등록된 이 업체는 주주 모집을 통해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했으며 대학측은 장소와 실험장비 등을 지원했다. 이 곳에는 하루 1t 분량의 폐기물에서 금 30g 가량을 분리 농축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 장비는 ‘이온교환 수지방식’을 사용해 전자부품에 부착된 중금속 성분 가운데 귀금속만을 걸러내는데 전체 과정을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박 대표는 “전자제품 등에는 귀금속으로 만든 정밀 부품이 많이 내장돼 있으나 일부 금 성분만 회수되는 것이 국내 실정”이라며 “대학 실험실에서 10여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첨단 화학분석공법을 상용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곳에 설치된 장비를 통해 전자회로기판 등에 있는 귀금속을 95% 이상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장비 가동 과정에서 폐수나 독가스 등 오염 및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것도 큰 특징이라는 것.

아이티그린측은 전자제품 생산공장 등에 이같은 ‘귀금속 재활용 장비’를 용량에 맞게 설치해주는 영업 전략을 수립했다. 이달 중 인천 남동공단의 모 업체에 하루 3t 처리 규모의 귀금속 분리 장비를 설치해 줄 예정이다.이 업체는 또 도금 폐수에서 구리를 추출하거나 대기가스에서 황 성분을 분리하는 기술 등의 ‘환경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업체는 14일 오후 2시 한미은행 인천본부(남동구 구월동) 2층 강당에서 열리는 ‘인천벤처협회’ 주최 벤처마트 투자설명회에 참가한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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