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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0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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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전남 곡성군 곡성읍 중앙초등학교 교장실에서는 팔순 할머니의 가냘픈 육성이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육성의 주인공은 곡성에서 태어나 평생을 고향에서 살아온 이봉순(李鳳順·82·사진) 할머니.
대장암으로 투병중인 이 할머니는 큰아들 김문일(金文一·54·경일산업㈜ 대표)씨를 통해 이날 이 학교에 장학금 2000만원을 기탁했다.
4월부터 서울에 머물고 있는 이 할머니는 한 달 전 큰아들 김씨에게 2000만원이 입금된 통장 하나를 내놓으면서 5남5녀의 자식이 졸업한 초등학교에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의 막내딸 희옥씨(35·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평소 모아 둔 쌈짓돈과 자식들이 병원비하라고 준 돈을 쓰지 않고 통장에 모아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초등학교 장병주(張炳柱) 교장은 “이 할머니가 기탁한 돈으로 ‘봉순 장학회’를 설립해 매년 졸업식 때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곡성〓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