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분당선 연장 싸고 갈등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54분


정부가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난 해소 대책으로 추진 중인 전철 신분당선(서울 용산역∼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궁역) 26㎞ 구간을 연장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

경기도와 용인시, 수원시 등은 정부에 신분당선 연장을 적극 건의하고 있고 용인시 수지읍 주민 3만여명은 최근 노선 연장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건설교통부 등에 제출했다.

이들 지자체와 주민들은 2008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인 신분당선 1단계(서울 강남역∼성남시 백궁역) 구간을 백궁역에서 수지를 거쳐 수원까지 연장해야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와 기획예산처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며 현재 계획된 신분당선을 일단 건설한 이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지읍, 기흥읍, 구성읍 등 용인 서북부 지역 주민들은 신분당선이 완공되는 2008년경이면 지역인구가 40여만명에 육박해 도로 확장만으로는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분당선 건설 계획〓건교부는 용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남부지역 인구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이 지역 9개 도로망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용산역∼강남역∼백궁역을 잇는 신분당선도 건설키로 했다. 우선 1단계로 2008년까지 사업비 1조원을 들여 강남역∼백궁역 16㎞ 구간을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 강남역∼용산역 10㎞ 구간은 1단계 완공 이후 건설할 방침. 이에 따라 올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내년에 15억원을 들여 기본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연장 불가피 주장〓경기도는 올 5월 건교부에 신분당선을 백궁역∼수지∼수원월드컵경기장∼수원역까지 17㎞를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최근 신분당선 기본계획 수립 시 연장노선을 반영해줄 것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

경기도는 “수지지역은 2008년이면 인구가 27만명으로 늘어나는 데다 수원 구시가지인 남문과 종로 일대 도로가 상습정체 구간이 된지 오래”라며 “경기대와 아주대,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대학 및 공공시설을 거치는 연장노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근 노선이 확정된 분당선 연장구간(분당구 오리역∼기흥∼수원역)만으로는 늘어나는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용인시도 올 2월 신분당선을 백궁역에서 동천∼수지1, 2지구∼상현∼경기대∼수원 화서역까지 연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최근 수지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용인 서북부지역 지하철 추진위원회’는 주민 3만6000명의 서명을 받아 건교부와 철도청 등에 진정서를 냈다.

주민들은 “지역 교통수요가 날로 증가해 기존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구 100만명의 성남과 수원 두 도시 사이에 위치한 수지지역이 ‘교통의 핵’으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건교부와 경기도 입장〓건교부 관계자는 “경기도 등과 함께 지난해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체계 조사 때에는 경기도가 이 같은 노선 연장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어렵지만 경기도가 자체 타당성 조사를 한 뒤 제안해오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신분당선 완공 이후에는 이미 교통체증이 만성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노선을 연장한다 해도 큰 효과가 없고 사업비만 급증할 것”이라며 “관련 지자체들이 추가 사업비의 25%를 부담할 용의가 있으며 자체 예산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겠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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