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교통안전대상 시상식]대상 충남경찰청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동아일보와 손해보험협회 등이 교통사고 예방 및 감소에 공로가 큰 개인과 단체에게 수여하는 ‘2001 교통안전대상’ 수상자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시상식은 11월9일 오후 7시반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대전과 충남지역 19개 경찰서장들은 관내에서 교통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휘보고를 통해 충남경찰청장에게 사망자에 대한 조치나 교통사고의 원인은 물론 사고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앞으로의 예방 대책까지 상세히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남경찰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는 같은 교통사고는 결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이른바 ‘교통 사망사고 관리카드제’. 보고 내용이 카드로 지속적으로 관리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찰서장들은 관내에서 누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5명을 넘으면 천재지변이 없는 한 적어도 한달에 한번씩은 지방경찰청에 들어가 대책 보고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상업(李相業) 치안감이 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해 ‘교통 사망사고 절반으로 줄이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2월 이후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부하들을 무조건 들볶지만은 않았다. 효과있는 교통사고 감축 시책을 펼친 경찰서에 대해서는 지휘관과 담당자를 표창하고 그 시책이 다른 경찰서로 파급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관련기사▼

- 우수상 진영섭 경위 “안전의식 심어줬죠”
- 우수상 도로공사 강원지부
- 특별상 김기복씨-인천교통안전봉사대

인도 주변의 가로수 사이에 ‘무단 횡단하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붙은 로프를 설치한 대전동부경찰서와 교통사고 다발지점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대형 입간판을 세운 충남 논산경찰서 등이 격려를 받은 경우.

충남경찰청은 교통사고는 1차적으로 운전자의 문제라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의 유형과 사고 이후 유족들의 생활상 등을 담은 ‘눈물로 기록되는 사람들’이란 홍보 비디오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밖에도 계절별 교통사고 예방대책 수립, 일정기간별 테마 단속, 노인들을 위해 빛에 반사하는 효 지팡이의 제작 보급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 들어 6월 말까지 충남경찰청 관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2명에 비해 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지방경찰청들과 비교할 때 사망자 감소 인원은 1위, 사망자 감소율은 2위이다.

충남경찰청은 특히 올 가을에는 농민들의 애꿎은 죽음을 막기 위해 농기계 제작업체에 경운기 안전장치 강화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낸데 이어 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까지 열어 호응을 얻었다.

경찰은 그동안 반사경을 구해다 농민들의 경운기에 달아주는 미봉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그쳤었다.

충남경찰청 교통사고 분석센터장 홍창희(洪漲憙) 경감은 “치밀한 예방 대책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업 충남경찰청장 “현장 철저분석 대책세웠죠”▼

충남지방경찰청 이상업(李相業·54·치안감) 청장은 “상을 받는다는 기쁨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안도감이 앞서더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처음 충남경찰청장으로 부임한 뒤 ‘교통사고 절반으로 줄이기’에 나서 직원들을 독려했을 때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교통사고는 어느 정도 경찰하기 나름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시책을 펼쳤지만 이 가운데 사망사고가 난 교통사고의 원인과 향후 예방 대책을 수립한 뒤 카드로 관리하며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교통사망사고 관리카드제’가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훌륭한 분석이 훌륭한 대책을 낳는다”며 “경찰은 교통 사고가 났을 때 다음부터 유사한 사고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경찰이 긴장감을 유지하면 교통사고를 줄일 수는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준법 의식”이라며 “술을 마시고 승용차나 오토바이로 질주하거나 무단으로 도로를 횡단하다 참변을 당하는 데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그는 “시민들이 부담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노출 단속도 필요하고 신고보상금제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교통질서를 바로 세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서 5000여명이 죽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 동안 교통사고로 그 보다 훨씬 많은 생명이 죽고 있다”며 “관련 기관들이 교통시설을 개선하는데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