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접견과정 감시 국가서 배상 책임져야”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36분


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의 변호사 접견과정을 감시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불법이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수사목적 등을 이유로 피의자의 권리를 제한해온 수사관행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지법 민사33단독 심준보(沈俊輔) 판사는 16일 김승교 이상희 변호사와 지난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된 박모씨 등 6명이 “접견과정을 촬영해 변호인 접견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인당 300만∼500만원씩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심 판사는 “구속된 피의자는 변호사 접견시 비밀이 완전히 보장된 상태에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사관계 공무원이 접견을 감시하면서 사진을 찍는 등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뿐만 아니라 초상권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 판사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이나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측은 이 변호사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단지 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정만으로도 접견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공안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에 대해 수사상의 지장 등을 이유로 접견을 방해하는 불합리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지난해 8월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에 구속돼 있던 박씨 등을 접견하려 했으나 국정원측이 접견장면을 촬영하거나 접견 자체를 허가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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