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통일문학' 자격논란

  • 입력 2001년 9월 18일 00시 18분


민주당 최재승 의원이 17일 문예진흥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설가 이문열씨는 ‘통일문학전집’에 포함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통일문학전집’은 문예진흥원이 발간을 추진중인 책이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최 의원은 이날 ‘곡필작가 이문열이 통일문학전집에 수록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서면 질의서를 통해 “6·15 남북 정상회담을 현 정부의 정권연장 카드로 폄하해 7000만 겨레와 전 세계가 환영하는 역사적 쾌거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신문 시론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일제시대 친일작가 이광수를 그의 문학적 재주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민족문학의 반열에서는 제외시키고 있다”면서 “개혁을 방해하고 민주화를 가로막으며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곡필을 일삼는 작가의 작품이 문화적 통일여건 조성을 위해 발간되는 통일문학전집에 수록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통일문학전집’은 남북한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각각 50권씩에 싣기 위해 3년 전부터 추진중인 사업으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등 8명의 국문학자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전집에는 이문열씨의 소설 작품 ‘황제를 위하여’ ‘사람의 아들’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영양에 머물고 있는 이씨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내 소설이 ‘통일문학전집’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현 정권 편에 서있는 작가들의 작품만 모아 내는 ‘통일문학전집’이라면 내 작품이 포함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리 국정감사가 정쟁의 도구가 되었다고 해도 여당의원들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고 개탄했다.

한편 ‘통일문학전집’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윤식 교수는 “‘통일문학전집’ 발간은 아직 준비 단계로 이 전집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문인들의 작품이 포함될 예정”이라면서 “남한 문학을 집대성하면서 이씨처럼 남한 문단의 대표작가를 빼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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