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稅추징]단일업종으론 사상 최다 세액

  • 입력 2001년 6월 21일 01시 15분


<<국세청이 중앙언론사 23개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모두 5056억원이란 거액을 추징키로 하고 6, 7개사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까지 검토 중이어서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언론사가 자본금 잠식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추징세액을 낼 경우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일부 부실 언론사의 경우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나오고 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대부분이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 규모인 언론사에 이같은 거액을 추징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히 세금을 더 받기 위한 경제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 ‘언론 길들이기’를 노린 고도의 정치적 목적에서 진행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사, “받아들이기 어렵다”〓상당수 언론사는 이번 조사를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무가지(無價紙)배포 등 신문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판촉활동에 대해 경과기간을 일절 인정치 않고 무차별적으로 세금을 매겼다. 양로원이나 노인정, 아파트 경비실 등에 무료로 배포되는 신문 등 무가지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국세청은 또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부분도 ‘탈루’란 이름으로 마치 의도적인 탈세행위처럼 발표했다. 세무조사를 받은 23개 언론사 모두가 세금추징을 당했다는 사실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언론사 흠집 내기 의혹〓국세청이 검찰고발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추징 총액을 서둘러 공표한 것은 언론계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대체로 확정세금은 국세청의 결정 세액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관례다. 92년 고(故)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정치참여에 대한 보복으로 1361억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 당한 현대그룹이 재판과정을 통해 확정된 세금은 500억원으로 낮추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기업회계와 세법상 세무회계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단순한 ‘소득누락’ 및 ‘탈루’ 부분까지도 부도덕한 행위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세법규정을 피해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이런 점에서 이번 조사결과의 발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국세청의 한 실무직원은 “언론사가 기업 자체로는 규모가 크지 않고 세법규정을 잘 모르는 등 기업회계가 치밀하지 못해 국세청 입장에서는 문제를 삼기로 마음먹으면 탈세로 지목할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세법상 개별 언론사의 과세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일부 언론사의 탈법적인 행위를 마치 언론사 전체에 퍼져 있는 관행처럼 인식되도록 발표한 점도 언론사들이 불만스러워하는 점이다. 일부 언론사는 수입을 장부에서 고의로 빠뜨리거나 가짜 신용카드영수증 등 엉터리 증빙서류를 첨부, 비용을 과다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 90일이내 이의제기 가능▼

▽대부분 언론사 불복할 듯〓대부분 언론사들은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국세청의 세액통보(결정전 고지)에 불복, 일단 세무서나 지방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금추징 통보를 받은 언론사는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세무서나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청, 감사원, 국세심판원 중 한곳에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세무서나 서울지방국세청은 30일 이내에, 국세청은 60일 이내에, 국세심판원은 90일 이내에, 감사원은 3개월 이내에 각각 세금추징 적법성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세무서와 서울지방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한 언론사가 이들 2개 기관의 결정 결과에 불복할 경우90일 이내에 국세청에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등 또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국세청이나 국세심판원, 감사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에는 90일 이내에법원에 행정소송을 내면 된다. 통상 세무조사와 관련된 사안이 대법원까지 가면 최종판결까지 2년이상 걸린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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