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사이트 3곳 수사

  • 입력 2001년 3월 20일 12시 50분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
병역기피조장 사이트에 대해 경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병역기피 방법을 알려주는 등 병역거부를 선동하고 회원을 모집하는 사이트 3개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 징집제거부 선동하는 병역기피 사이트

경찰은 특히 최근 서울에서 병역기피조장 사이트를 통해 만난 네티즌들이 병역거부운동을 위한 모임을 갖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 따라 이 사이트 운영자와 가입회원을 추적,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사이트 운영자와 가입회원들을 적발할 경우 형법상 '병역거부 단체 조직-가입죄' 적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상자들을 병무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병역기피조장 사이트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측에 통보, 폐쇄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병역기피를 선동하는 것은 대한민국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행위로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면서 "이들 사이트 운영자와 가입회원들은 병역기피를 위한 범죄단체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이트에는 병역기피를 위한 구체적 뇌물액수가 제시돼 있는가 하면, 외국국적 취득, 정신과 치료, 습관성 탈골 등 구체적인 병역기피 방법을 가르쳐주며, 공익요원이 되는 방법 등도 나열돼 있다"고 말했다.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http://non-serviam.org) 운영자는 지난 10일 서울 모 대학 앞에서 회원 1명과 만나 '군대 안가기 펑크락 공연' 등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사이트는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 '징병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daum.net/anticonscript), 'XX깨는 병무청'((http://bbs4u.lycos.co.kr/Board/viewBoard.asp?bcode=fm147079)이다.

'XX깨는 병무청'은 지난해 1월 18일 개설돼 지금까지 1700여건의 글이 게시돼 있으나 이중 병역거부와 관련된 글은 극히 일부이다.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는 지난 5일 개설돼 150여건의 글이 올라 있으며 '징병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2월 25일 개설됐으나 불과 4건의 글이 올라 있는 상태다.

다음은 이들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의 일부다.

이권열씨라고 밝힌 네티즌은 '징병제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게시판을 통해 "징병제, 이젠 끝장내야 한다. 징병제 거부 모임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차후의 문제는 과연 이 카페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이다. 운동의 방향성이 징병제 폐지 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징병제 거부운동은 단순히 남녀차별등의 빈약한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런 논리는 설득력도 부족할 뿐더러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면서 "징병제의 불합리성, 징병제라는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폭력성 등을 밝혀낸 다음 징병제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할 때 우리의 운동도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디를 '붕어'라고 밝힌 네티즌은 '안티 밀리터리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군대자체는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1차적으로 남한에 존재하고 있는 징병제에 시비를 걸 작정이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어쩌면 군대 안가기는 군대가기보다 힘들지도 모른다. 끝없는 X배짱과 절묘한 사기술이 요구된다. 징병제가 나쁜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군대를 가기 싫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젊은이들이 XX척을 한다"면서 "내 계획은 앞으로 지속적인 오프라인모임과 전세계의 아나키스트, 레피티스트, 그리고 군대를 싫어하는 모든 이들과 힘을 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안병률/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