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정신병원 화재]폐쇄구조 인명피해 키웠다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11일 오전 5시20분경 서울 광진구 중곡동 김경빈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불이나 입원 환자 8명이 숨지고 병원장 등 25명이 연기에 질식하거나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 발생〓지하 1층의 환자 휴게실에서 발생한 이날 불은 건물 내부 계단을 타고 지상 4층까지 번졌으며 지하1층 45평을 전소시켜 126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경찰 추산)를 낸 후 40여분만에 진화됐다.

이날 병원 당직이었던 직원 정성열씨(31)는 “지하 1층 사무실에서 잠을 자던 중 ‘펑’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나 밖으로 나와 보니 휴게실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등으로 구성된 화재수사협의회는 휴게실에 있던 가스난로가 과열돼 소파에 불이 옮겨붙었거나 누군가가 휴게실에서 피던 담뱃불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문제점〓이날 화재는 폐쇄적인 건물 구조와 병원 관계자들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해 사상자를 더욱 많이 낸 것으로 지적됐다. 병원이 들어 있는 지하1층에서 지상2층 사이에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이 3개나 있었지만 환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모두 잠겨 있었고 창문도 쇠창살로 막혀 있어 환자들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소방대가 도착해 쇠창살을 뜯어내고 환자들을 구조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화재 당시 병원에 있던 직원 3명도 불길에 놀라 출입구를 열거나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못한 채 빠져나왔다.

▽김경빈원장〓환자를 구하러 불길 속으로 뛰어든 김경빈(金耕彬·48)원장은 폐 손상을 입고 인근 민중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원장은 평소 병원비가 없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등 인술(仁術)을 펼쳐 왔으며 올 8월30일엔 동아일보가 의대교수 등 20명에게 의뢰해 선정, 보도한 ‘신경정신과 베스트전문병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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