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의 바람]"한반도 지도 한색깔로 칠하고파"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저는 우리나라 지도를 그릴 때마다 남한은 파란색, 북한은 빨간색으로 칠해요. 한 색깔로 우리나라 지도를 색칠할 수 있었으면 해요. 가셔서 북한 대통령에게 말씀 잘 하세요. 그리고 2박 3일이어서 피곤하실 테니 약간약간 쉬면서 하세요.”(유여진)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덕수초등학교 5학년 1반 국어시간.

고사리 손에 연필을 야무지게 쥔 어린이들이 13일 평양길에 오를 대통령께 크고 작은 바람이 담긴 편지를 쓰고 있었다.

예린이는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던 평양 교예단 얘기를 꺼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문화를 신기해 하고 남한 사람들은 북한의 문화를 신기해 한다….”

지명이는 “남한은 북한말을 북한은 남한말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통일이 돼도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아니에요”라고 했다.

같은 시간 4학년 3반 아이들도 지우고 고쳐 쓰기를 반복하며 또박또박 편지를 써내려갔다.

주로 북한의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들.

혜진이와 준성이는 “북한애들과 만나 좋은 친구로 같이 공부도 하고 놀고 싶다”고 썼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편지쓰기 시간을 가진 6학년 2반 학생들은 고학년답게 이산가족의 아픔을 떠올렸다.

“저희 할아버지의 고향이 북한이에요. 전에는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전망대에 다녀오셨는데 힘들게 가신 할아버지는 안개 때문에 북한 땅을 못보고 돌아오셔야 했어요….”(이소정)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북한의 친척들을 만나길 빌어요. 지금 많이 편찮으신데 만난다면 회복되실 거예요.”(이현진)

윤준이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2009년 어느날 나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형 테제베를 타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달리고 있다. 경의선이 다시 연결된 것이다. 나는 꿈꾼다. 끊어진 철도가 이어지고 기차가 다시 달리는 꿈을….”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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