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녹취록' 반응]與 "있다면 메모수준일 것"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가 검찰조사에서 거듭 “녹취록은 없다”고 재확인함으로써 이른바 ‘녹취록’의 존재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하다.

이부총재의 보좌관인 최상주(崔相宙)씨가 지난달 26일 문건작성자인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녹취록은 문건작성 과정에 문기자 외의 ‘제3의 인물’이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에 그동안 관심의 초점이 돼왔던 것.

그러나 이부총재가 검찰에서 “녹취를 하려고 했으나 녹음기계가 작동되지 않아 실패했다”고 밝히자 여권 내에서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수많은 동료의원들 앞에서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녹취록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느냐”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5일 “사실 녹취록이 있고 또 그 속에 중앙일보 간부인 ‘제3의 인물’이 거론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중앙일보가 ‘역(逆)공작’ 차원에서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면서 “있다 해도 큰 의미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부총재의 검찰진술이 사실일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당국에서 국제전화를 감청하는 과정에서 녹취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녹취록이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부총재가 4일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소집된 ‘언론문건 대책위원회’ 모임에서도 비슷한 분석과 우려들이 교환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는 ‘원칙론적 시각’을 강조했다. 어차피 문제의 본질은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작성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주장이 허구로 드러난 것인데 녹취록이 뭐가 중요하냐는 것. 한 고위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녹취록이 아니라 통화메모 정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녹취록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녹취록이 공개될 경우 현 정권의 ‘언론장악공작’이라는 대여 공세의 초점이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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