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참사]호프집 불 중고생등 55명 사망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3시 49분


폐쇄명령을 어기고 청소년들을 상대로 불법영업을 하던 술집에서 중고교생들이 술을 마시다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134명이 숨지거나 중경상을 입는 어이없는 대형참사가 빚어졌다.

30일 오후 6시55분경 인천 중구 인현동 119 4층짜리 상가건물 지하 ‘히트 노래방’에서 불이 나 이 건물 2층 ‘라이브Ⅱ호프집’ 등으로 번지면서 술을 마시던 중고교생 등 55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7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은 30여분만에 진화됐으나 호프집 등에 화재진압장구는 물론 비상구도 없었던데다 창문이 밀폐돼 있어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가을축제를 마친 인천지역 10여개 고교 학생들이 호프집으로 몰린데다 술집종업원들이 술값 등을 이유로 탈출을 막아 인명피해가 컸다.

부상자들은 현재 인천 서울 등 18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는 71년 12월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165명 사망)와 74년 11월 서울 대왕코너 화재(88명 사망)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 화재사고다.

▼화재발생▼

불이 난 곳은 내부수리가 진행중이던 상가건물 지하 노래방. 공사현장의 전등이 깨져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옆에 있던 종이에 옮아 붙었다.

이어 시너통이 ‘펑’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인화성 물질이 가득찬 지하실과 상가건물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노래방 종업원 임모군(15)은 “노래방 전기공사가 끝나 바닥 청소를 하던 중 전구가 깨지면서 전기스파크가 일어났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

54명이 숨진 2층 호프집 바닥에는 깨진 맥주잔과 신발 가방 휴대전화 옷가지 등이 널려 있었다. 일부 사망자는 티셔츠로 얼굴을 가린 자세로 발견돼 연기에 질식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

호프집에서 구조된 인천 D고 1년 김모군(16)은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전기가 나가 실내는 암흑천지로 변했다”면서 “바닥에 엎드린 채 옷으로 코를 막았는데 유독가스 때문에 금방 기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층 NBA당구장에 있던 손님 등 17명은 모두 유리창문을 통해 밑으로 뛰어내려 중경상을 입었다. 그러나 사망자는 없었다. 4층 가정집에는 화재 당시 사람이 없었다.

이날 화재로 숨진 희생자 55명은 중학생 6명, 고교생 46명 등 중고교생이 대부분이었고 3명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진화▼

이날 오후 6시57분경 화재신고를 받고 10분여만에 소방차 40여대와 소방대원 100여명이 출동해 30여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소방대원들은 가로 10m, 세로 3m 가량의 2층 호프집 통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우선 생존자들에게 인공호흡을 시킨 후 밖으로 옮기는 등 모두 125명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인천중부서 방범순찰대 3소대 박요섭이경(20)이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수사▼

인천 중부경찰서는 불이 난 이 건물 지하 노래방 천장에 설치됐던 ‘확산소화기’가 화재당시 모두 제거돼 있어 초기진화에 실패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하 1층 노래방에서 내부수리작업을 하던 마모씨(24·전기공)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천장 페인트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천장에 설치돼 있던 소화기 15개를 제거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뒤 잠적한 호프집 주인 김모씨(33)를 쫓고 있다.

〈인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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