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수기내용]『검찰-경찰서에 찾아갔었다』

  • 입력 1999년 7월 19일 23시 07분


탈옥범 신창원은 도주기간 중의 생활과 자신의 생각 등을 대형노트 3권에 수기 형식으로 기록해 놓았다.

신은 수기에서 “나는 많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나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적어 인명살상용 ‘무기’를 만들어 경찰에 대항할 의사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수기내용 요약.

▼자신에 대한 설명▼

내가 남자답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남자가 아니다. 나는 잡히지 않으려고 내 여자를 버리고 도망쳐 나왔다. 진짜 내가 남자라면 절대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죽어도 곁에서 죽었을 것이다.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 나를 의적 영웅시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들을 만한 가치나 자격도 없다.

나는 지금껏 남에게 좋은 일을 한 적이 없다. 남을 도운 것은 쉽게 벌었기에 가능했고 나에게 많은 돈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돈이 필요하고 힘들여 번 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돌아다니며 가출한 아이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줬다. 내가 좋은 일을 하려고 그들에게 돈을 줬거나 그들을 이용할 목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복수다짐▼

나는 분명히 전번에 말했다. 내 가족과 여인들을 힘들게 하지 말라고. 그들(경찰)은 내 경고와 부탁을 묵살하고 오히려 더한 고통을 주고 있다. 나는 이제 그들이 말한 대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겠다. 내가 악마가 되면 어떻게 되는가 똑똑히 보여 주겠다.

그들의 대상은 선량한 시민들이지만 나는 죄를 짓고도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반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무엇에 의해서 죽게 되는지도 모르고 죽을 것이다. 나는 한 두번에 많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제부터 나를 악마 정신병자라고 해도 좋다.

내가 지금까지 자제를 한 것은 내 형제들과 아버지, 여인들에게 악마의 형제, 악마와 함께 산 여자라고 손가락질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어서, 아니면 동정을 받고 싶어서,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을 해치지 않은 것 같은가.사실 내가 돈을 훔치는 것은 전쟁을 시작하려면 준비할 것도 있고 전쟁기간중 쓸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곧바로 전쟁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한 부부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도주상황과 경찰비리▼

천안에서 도주할 당시 경찰이 나를 검거하지 못한 것이 ××(당시 동거녀)가 여관과는 정반대 방향인 호서대쪽으로 그들을 데려갔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사복을 입은 여러명의 형사들이 잠복해 있어 그냥 그 곳을 떠나려다 어떻게 하는가 보려고 그들의 차를 뒤따르는데 우리가 만나기로 한 여관 쪽이었고 여관 사거리 쪽으로 가보니 경찰이 잠복근무하고 있어 그 자리를 떠났다.

익산 호프집에서 경찰에 연행되던 중 경찰이 등의 문신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으나 여기서 이러지 말고 파출소에 가자며 문신을 보여주지 않았다(당시 경찰은 호프집에서 신을 연행하기 전에 등의 문신을 여러차례 확인했으나 문신은 없었다고 밝혔다). (동거녀)의 큰 오빠가 폭행혐의로 입건돼 예산경찰서에 있을 때 내가 합의를 위해 경찰서에 두번, 검찰청에 두번 들어가 합의서를 제출하고 불구속 처분을 받게했다.검찰청에서 오빠를 데리고 오면서 예산경찰서에서 형사들을 다시 만나 약간의 돈을 준 적이 있다. 이것은 조사해보면 알 것이다.

〈이현두·이명건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