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로비說]雲甫그림 30여점 어디에 있나?

  • 입력 1999년 6월 21일 23시 50분


그림 로비설과 관련해 운보의 장남 김완(金完)씨와 대한생명 등의 해명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거래한 그림의 숫자, 구입 목적은 해명이 서로 다르고 그림가격등이시장의 관행과 일치하지 않아 앞으로 조사를 통해 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림 숫자 ■

김완씨는 21일 본사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 200점을 40억원에 팔았고 별도로 개인소장품 20억원어치를 소개해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인터뷰중 다시 “200점은 아니다. 180점에서 190점 정도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김씨는 이 인터뷰 이후 삼성서울병원 주변에서 각사 기자들과 함께 만나서는 그림숫자를 달리 이야기했다.

“내 그림은 200점이고 소개해준 개인소장품은 30∼40점이다”고 한 것.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판매한 작품의 숫자는 적게는 210점에서 많게는 240점에 이른다. 그러나 이날 오후 대한생명은 “김씨 소장품 142점과 개인소장품 61점 합해 모두 203점을 구입했다”고 밝히며 계약서를 공개했다.

따라서 이들 주장 사이에는 작품수가 최소 7점에서 최고 37점의 차이가 난다. 이 작품수 차이가 김씨의 착오에 의해 생겼는지 아니면 로비에 사용하고 난 다음 그 숫자를 맞추기 위해 조작되었는지 여부가 명쾌히 해명되어야 한다.

■구입 목적 ■

최회장 측은 미술관 건립을 위해, 대한생명측은 자산운용 목적으로 그림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랑가에서는 미술관 건립의 경우 몇해에 걸쳐 유명화가의 작품을 구입한다고 반박한다. 곧 미술관을 설립하려 하는 한 대기업의 경우 이미 1년전부터 미술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중이라는 것.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자산운용 목적으로 그림을 수십억원 어치 산다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자산의 2%내에서는 보험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나 보험사 자산은 계약자 자산이므로 공공성이 강해 그림 골동품 등에 마음대로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다른 보험사가 이 정도의 거금을 그림 투자에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림 가격 ■

운보 작품은 전지의 경우 2500만원 전후로 거래된다. 김완씨가 판 작품의 경우 이보다 큰 작품에서부터 작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도 점당 평균 2000만원에 이른다. 화랑가에서는 김씨가 호가보다는 낮지만 인사동 거래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최회장측에서 급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작품거래 총액이 60억원이나 된 것은 유례가 없는 거액이라는 것.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연간 작품 구입비가 15억원 정도이고 민간 최대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의 경우도 구입비가 10억원에 불과하다.〈정치부·사회부·문화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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