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鐵 고의고장 논란…공사·노조 원인놓고 설전

  • 입력 1999년 4월 21일 07시 25분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운행중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공사측이 20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 흔적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공사측은 “19일 오후 2호선 성수역과 신당역 사이에서 발생한 열차의 출입문 고장은 문 사이에 끼여 있던 9개의 볼트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누군가가 고의로 집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공사측은 이날 운행중 발생한 10여건의 사고 중 4건이 ‘고의적인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또 “19일 새벽 차량기지에서 열차를 검사해보니 3대의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고 1대는 유면계가 파손된 상태였다”며 “20일 새벽에도 열차 출입문 홈에 볼트 4,5개가 들어있는 사례가 4건이나 발견됐다”고 말했다.

공사측에 따르면 이 외에도 출입문 양쪽에 강력접착제를 발라놓은 사례도 3건이나 발견됐다는 것.

출입문을 ‘고의 사고’의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은 가장 손쉽게 고장을 낼 수 있으면서도 일단 고장이 나면 곧바로 운행이 중단되는 점을 노렸다는 게 공사측의 분석이다.

공사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누구의 소행인지 가려내 검찰 등에 처벌을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검 공안부는 20일 지하철 정비점검 요원들을 소환해 진상을 조사할 것을 서울지검에 지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대체인력의 운전미숙과 정비불량 등으로 발생한 사고인데도 공사측이 터무니없는 ‘고의 사고’ 주장을 퍼뜨려 노조의 도덕성에 흠집내고 있다”며 “노조는 이번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서정보·김경달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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