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화학문제 정답논란 증폭…일부교사-수험생『정답 2개』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탐구Ⅱ 자연계 화학Ⅱ 66번 문항(홀수형)의 정답 오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가 처음 본지에 보도된 뒤 수능시험 주관기관인 한국교육평가원과 출제진은 “문제와 정답에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교 교사와 수험생들은 “학문적으로는 오류가 없을 지 모르지만 고교의 교과내용으로 볼 때 정답에 오류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고교의 화학교과서 10개종 가운데 1개종(D출판사 발행)을 제외하곤 모두 ‘분산력이 무극성분자사이에만 작용하는 힘’으로 이해하게끔 기술돼 있으며 이 교과서대로라면 평가원측이 제시한 수능정답은 오류라는 것.

예컨대 K출판사 발행 교과서는 “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인력을 총칭해 ‘반 데르 발스의 힘’이라고 한다. 특히 ‘무극성분자 사이의 인력을 분산력이라고 하는데….”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D출판사 교과서는 “극성분자에는 이중극자―이중극자 인력, 이중극자―유발 이중극자 인력 및 분산력이 모두 작용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분자에서는 분산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평가원은 20일 D출판사 교과서와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재(B사 발행) 내용을 예로 들며 “일부 교재에서 ‘분산력이 무극성분자에만 작용하는 힘’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또 수능 출제에 간여한 한 대학교수는 21일 “만약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면 그것을 따져야지 문제와 정답이 잘못됐다고 해서는 안된다”며 “교사들도 교사지침서나 참고서 등을 통해 제대로 가르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J여고 화학담당 최모교사는 “극성분자사이에도 분산력이 작용하지만 쌍극자힘이 더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분산력은 무시된다”며 “분산력하면 먼저 무극성분자를 연상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수험생들의 주장도 비슷하다.

전교 수석을 다툰다는 제주 J여고 오모양은 “교과서에서는 분명 분산력을 ‘무극성분자사이에만 작용하는 힘’으로 배웠는데 정답풀이를 보면서 왜 ④번이 정답이고 ①번이 틀렸는 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평가원측이 문제와 정답에 오류가 없다고 계속 주장하기 보다 고교교사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제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쳤고 배웠는 지를 파악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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