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거리 「유흥업소 천국」…심야영업 허용이후

  • 입력 1998년 10월 10일 19시 11분


심야영업 허용 후 유흥업소만 흥청댄다. 일반음식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룸살롱 단란주점만 ‘불야성’으로 바꾸어 놓았다.

10일 오전0시반 서울 서초구 강남역 뒷골목. 택시에서 내리는 남자들을 향해 3,4명의 호객꾼이 부리나케 달려든다.

“아가씨 있는 술집 있습니다. 맥주 기본안주에 10만원만 내십시오”

반강제로 끌려들어간 뒷골목의 S단란주점. 방마다 요란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주인은 “지난 한달간 단속을 나온 적이 없으니까 새벽까지 마음편히 놀다가라”고 귀띔한다.

오전 1시경 역삼동 골목. 룸살롱 등이 밀집한 이 골목에도 불법 심야영업이 한창이다. 간혹 순찰차가 골목을 지나갔지만 단속을 위해 멈춰서는 경우는 없었다. S룸살롱을 운영하는 최모씨(여·34)는 “영업규제가 풀리기 전보다 마음 편하게 심야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난달 15일 일반음식점의 심야영업 규제가 풀린 뒤 서울의 밤거리는 어느새 유흥업소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0일 새벽 서울시내 주요 유흥가로 꼽히는 신촌 강남역일대 신사동 화양동 등을 현장확인한 결과 일반음식점보다는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이 새벽까지 공공연히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다.

내년 3월에나 규제가 풀리는 노래방과 비디오방에도 10대들과 술취한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강남역 주변과 신촌에서는 밤12시 이후에도 취객들을 유인하는 호객꾼 수십명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일반음식점의 규제가 풀리면서 유흥업소의 심야영업 단속걱정은 사라진 셈”이라며 “한달 전에 비해 20% 정도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음식점에는 오히려 심야손님이 줄어드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었다. 호프집과 음식점에는 밤12시 이후 손님이 예상 밖으로 적었으며 인건비 전기료가 나오지 않아 아예 심야영업을 포기한 곳도 상당수 있었다.신촌의 한 호프집 주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심야영업 해제인지 모르겠다”며 유흥업소의 불법심야영업을 단속하지 않는 당국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박정훈·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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