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8월 21일 19시 2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타협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회사측의 추가양보 및 조합원총회 인준 절차 등을 남기고 있지만 노조가 ‘정리해고’를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향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사업장의 ‘준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서 회사는 당초 정리해고 목표 1천5백38명에서 무급휴직 등을 활용, 대상자를 대폭 줄였고 노조는 ‘한사람도 안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 정리해고를 수용했다.
노조가 당초 완강히 거부하던 정리해고를 받아들인 것은 공권력이 투입되면 정리해고는 어차피 당하게 되면서 노조조직이 와해돼 존립기반이 없어진다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번 현대 노사분규에서 2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법제화된 정리해고가 끝내 적용되지 못했다면 노동 유연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과정과 내용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잉여인력 1만여명 중 7천여명 이상을 희망퇴직으로 처리하고 이중 극히 일부만 정리해고를 한 셈이다.
노조 입장에선 희망퇴직도 정리해고로 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정리해고로 인정될 리 없다. 또 노사가 극한대립까지 가다가 정치권이 나서 가까스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향후 다른 사업장에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 있을 공기업 및 2차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쟁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한 정리해고제가 힘없는 중소기업에만 적용되고 대기업의 강성노조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노조 내부의 후유증도 심각할 것 같다. 노조의 4개 계파 중 가장 온건하다는 현 집행부가 다른 계파로부터 ‘정리해고를 수용했다’는 공격을 면하기 어렵고 퇴진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타결은 됐지만 노사간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