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원홍/「꽃동네」로 간 신혼여행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45분


‘1억원대 연봉자의 5천4백원 신혼여행.’

지난달 24일 결혼식을 올린 미국 프루덴셜 보험사 국내 직원 최원일(崔源一·30)씨. 그는 신혼여행을 유명관광지나 해외가 아닌 충북 음성 꽃동네로 다녀왔다. 3박4일 동안 미혼모의 아이들, 또는 기형아나 버려진 갓난아이를 돌보는 ‘천사의 집’에서 자원봉사했다.

신혼여행 경비는 고향인 충북 충주시에서 출발한 시외버스 왕복차비 5천4백원이 전부. 약혼식과 함은 생략하고 예물은 18K반지로 했다.

지난해 영업실적으로 1억원의 연봉을 받은 고소득자인 그가 신혼여행지로 꽃동네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뜻깊은 여행이기 때문에 가장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나 아내가 모두 가톨릭 신자라 쉽게 의견일치를 봤지요.”

이들은 기저귀를 빨고 우유를 먹이며 예비 부모 연습을 했다. 하지만 27명의 갓난아이들이 동시에 울 때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최씨는 지칠 때마다 서울 등지에서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과 입양희망자들을 보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는 원래 이곳에서 1박2일을 지내고 신혼여행 마지막 날은 강릉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꽃동네에 계속 머물렀다.

“아이들이 귀엽다고 함부로 안아주지 말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우유도 주지 말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을 응석받이로 길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내가 살아갈 자세, 제 아이를 기르는 방법에도 어떤 가르침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최씨는 신혼여행 때의 교훈을 되살리기 위해 앞으로 매년 결혼 기념일에 꽃동네를 찾아가기로 다짐했다.

“저로서는 가장 보람있는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생각합니다. 출발이 좋고 의미가 있었으니 저희들의 결혼생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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