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리해고 1순위」물의…맞벌이대상 사표 강요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력감축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그동안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여성들을 우선 정리해고 대상으로 선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5일 재계와 여성노동계에 따르면 작년말부터 시작된 인력감축 바람속에서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 근무연수가 오래된 맞벌이 여성들을 정리해고 우선 대상으로 지목하고 사표를 강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어차피 대대적으로 인력을 감축해야 한다면 남자에 비해 생계에 대한 책임이 덜하고 생산성도 낮은 맞벌이 여성근로자들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공연하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 광고대행업체 C사는 지난해말 마케팅관련 인원 10명을 줄이면서 맞벌이 여성과 장기근속 미혼여성 8명에게 사표를 내라고 지시, 여성사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다른 중견 K광고대행사의 경우에는 최근 아예 여성사원 10명 전원을 정리했다. 올 상반기중 5백여명을 정리할 계획인 D생명보험사도 인사담당자나 각 부서장이 “아이 딸린 사무직 기혼여성이 1차 정리해고 대상”이라며 자진퇴사를 권고하고 있다. D손해보험사도 최근 감량경영 차원에서 5급 여직원부터 정리하겠다고 밝히고 사표를 내지 않는 여사원에 대해서는 지방발령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D건설도 자진해 퇴사하지 않는 기혼여성사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겨 스스로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의류제조관련 대기업인 K사는 최근 수출파트 인원을 축소,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16년 근무한 사무직 여성을 주차업무로 발령을 내는 등 장기근속 여사원들의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여성노동관련 상담을 받고 있는 여성민우회에는 작년 11월이후 이같은 내용의 정리해고관련 신고가 60여건이나 접수됐다. 여성민우회 노동센터 최명숙(崔明淑)사무국장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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